정부·업계, 日 반도체·디스플레이 규제 맞대응 '총력'

-내달 4일부터 PI·포토레지스트·에칭가스 규제
-정부 "日 경제보복은 WTO 협정 위반"
-업계 "2~3개월치 재고 남아 당장 피해 없어"… 한국산 소재 대체

 

[더구루=오소영 기자] 일본 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우리 정부와 업계가 총력 대응하기로 했다. 일본 소재가 세계 시장의 70~90%의 점유율을 차지해 국내 업계가 생산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일본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초강수를 둘 계획이다. 업계도 한국산 소재로 대체하고 재고를 소진하며 대응한다.

 

◇WTO 제소 검토·한국산 대체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일본의 수출 규제안 시행에 따라 WTO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치적 이유로 경제보복을 하는 것은 WTO 협정 위반이라는 판단이다.

 

앞서 일본 경제산업성은 내달 4일부터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규제 대상인 품목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PI)와 포토레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등 3개다.

 

PI는 불소 처리를 통해 열 안정성과 전열성을 높인 기판용 폴리이미드 필름이다. 폴더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에 쓰이며 일본 스미모토와 유베 등이 양산 중이다.

 

포토레지스트는 웨이퍼 위에 회로를 인쇄하는 반도체 노광 공정에서 사용되는 감광재다. 일본 TOK와 JSR, 미국 다우케미칼 등이 생산하고 있다. 에칭가스는 독성이 강하고 부식성이 있는 고순도 불화수소로 반도체 회로의 패턴을 형성하는 식각 공정에서 쓰인다. 일본 스텔라 케미파(Stella Chemifa), 모리타 케미칼(Morita Chemical) 등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번 규제에 따라 일본 회사는 계약 건당 정부 당국의 허가와 심사를 거쳐야 한다. 수출 승인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약 90일로 전망된다.

 

업계는 단기적으로 피해는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3개월 치의 재고를 확보하고 있어서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재고를 소진하며 가격을 높이고 일부는 한국산으로 대체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포토레지스트는 금호석유화학과 동진쎄미켐, 동우화인켐 등이 생산하고 있다. PI도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양산 중이며 SKC와 SK이노베이션도 투자를 진행 중이다. 작년 2분기 충북 증평 공장 부지에 약 400억원을 투입해 올해 하반기 상업 가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일본산 70~90% 차지… 업계 "피해 우려"

 

관건은 일본의 규제 규모와 기간이다. 일본 정부가 장기간 소재 수출을 전면 차단한다면 업계는 생산 차질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에서 심사 기준을 밝히지 않은 데다 이번 규제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과 관련한 경제 보복 조치인 만큼 규제 규모와 기간에 대한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한국산 소재가 일본산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한다. PI와 포토레지스트는 일본의 시장점유율이 90%, 에칭가스는 70%에 이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에칭가스는 국내에서 SK머티리얼즈와 원익머티리얼즈 등이 생산하고 있으나 일본산과 종류가 달라 대체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내에서 생산된 에칭가스는 일본산보다 품질이 떨어져 반도체 극자외선(EUV) 공정에 쓰이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안기현 한국반도체협회 상무는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소재는 일본이 오랜 기간 생산해왔고 전체 시장의 70~90%를 점유하고 있다"며 "한국산으로 대체하는 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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