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유도제 먹기도…" 항공사 객실승무원, 못버티고 퇴사한 이유

-밤낮 바뀐 생활과 불규칙한 스케줄로 체력 소모 심해


서류 전형을 시작으로 1·2·3차 면접, 영어테스트와 수영 테스트, 신체검사까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기로 소문난 항공사 객실 승무원 채용 관문을 통과한 승무원들이 해를 거듭할수록 그만두는 이가 늘고 있다. 

 

경쟁률이 높아 채용 과정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승무원에 힘들게 붙어 놓고 퇴사를 결심하는 이유는 뭘까.  

 

국적항공사와 외항사 등 3개 항공사를 퇴사한 이들의 공통 의견을 모아보면 △체력 소모 △불규칙한 생활 △감정소모 이유가 가장 컸다.

 

대한항공 출신 전직 승무원이자 유튜버 가이안은 자신의 퇴사 이유를 불규칙한 생활과 체력·감정소모를 꼽았다. 

 

그는 "스케줄 근무다 보니 중요하다고 생각한 가족 생일이나 결혼식 등을 챙기지 못하고 비행을 가야할 경우가 많았다"며 "그럴 경우 왜 돈을 벌고 있지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명절 때나 휴가철은 더 바빠 혼자서 시간을 쓰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가이안은 "스케줄 변동이 잦고 몸이 피곤해 약속 취소가 잦았다"며 "그러다보니 어느순간 약속을 잡지 않고 혼자 지내는 경우가 편해졌다. 불규칙한 스케줄로 정기적인 취미 생활, 사람과의 만남이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체력 소모와 감정 소모도 힘들다고 털어놨다. 그는 "아무래도 기압이 계속 변하고, 밤낮이 자꾸 바뀌는 과정에서 서비스 업무를 하다보니 체력적으로 한계가 왔다"며 "오래 일하시는 분들 중에서는 체력관리 굉장히 잘하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승객들이 서비스 받으면서 나이가 젊은 승무원만 만나는 건 시니어 승무원이 안에서 업무를 조율하고, 연차가 낮은 주니어 승무원이 승객 응대 업무를 하다 보니 그런 것"이라며 "손님 입장에선 승무원은 나이 어린 승무원만 있을 것으로 느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다양한 승객을 만나 서비스하는 데 따른 감정소모도 만만치 않게 힘들었다고 강조했다. 

 

아시아나항공 7년차 승무원으로 재직하다 퇴사했다고 밝힌 전직 승무원 역시 밤낮이 바뀐 생활이 가장 힘들어 퇴사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제일 일하면서 힘들었던 건 밤을 새는 것"이라며 "회사에 다니면서 돈 받고 일하는 거라 업무 자체가 힘든건 당연한거라 보는데 밤낮이 바뀌어 신체 사이클이 무너지는 건 몸에 무리가 왔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저연차 승무원이 퇴사를 결심한 데는 선배들과의 관계에서 비롯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일부 선배들이 엄격하고 딱딱한 분위기 속에서 업무를 진행하는데 긴장한 신입 승무원들이 이 과정에서 실수를 많이 한다. 선배들이 혼내고, 지적하면 신입 승무원들 입장에선 스트레스가 돼 퇴사를 결심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항공사에서도 간호사 '태움'처럼 선임 승무원 특유의 태움 문화까지 더해진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보도에 따르면 후배 승무원들은 선배의 모닝콜부터 식사와 쇼핑, 그리고 저녁 술자리까지 챙겨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이른바 '진상' 손님까지 만나게 되면 감정소모가 너무 심해 그만두게 된다는 것이다. 

 

외항사 출신의 전직 남자 객실 승무원이자 유튜버 오적당은 "입사 후 처음 3년간은 비행이 너무 즐겁고 행복했다"면서도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비행 준비가 길게 느껴졌고, 특히 30살이 넘어가면서 밤낮 바뀌는 생활이 가장 힘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비행을 5일 연속하면 2~3일은 무조건 쉰다"며 "근데 3일 쉬고 다음 비행이 새벽 비행이면 체감상 하루만 쉬는 것 같다. 한때 숙면을 위해 수면 유도제를 먹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특히 그는 외항사 특성상 월급을 현지 화폐로 받는데 환율 변동에 따른 차이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비교적 낮은 연차일수록 선배들로부터 괴롭힘과 반복되는 업무에 힘들어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상장된 국적항공사 6개사의 직원 평균 근속 연수는 6.8년으로 나타났다.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15.8년, 12.5년이었으며, 저비용항공사(LCC)은 △에어부산이 3.4년으로 가장 높았고 △제주항공 3.2년 △진에어 3.18년 △티웨이항공 2.52년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