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쥐락펴락하는 '불산',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더구루=홍성일 기자] 일본정부는 지난4일 포토레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세 개 품목에 대해 수출 규제를 단행했다.

 

한국 경제의 큰 축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을 정조준한 일본정부의 경제 보복에 연일 산업계 전반에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일본의 규제 항목에 포함된 반도체 소재들은 생산과정에서 많이 사용될 뿐 아니라 당장의 문제는 없지만 재고가 소진될 때까지 장기화 되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정부와 삼성, 하이닉스, LG 등의 기업들은 대체재를 찾는 한편 일본정부와의 대화도 계속해서 시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의 문제 해결도 필요하지만 한국 반도체 산업이 너무 일본에 의존하고 있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론도 장기적으로는 반도체 소재 국산화, 수입선 다변화 등을 통해 이런 문제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는 상황이다.

 

◇식각이란

 

그리고 속속 3개 항목에 대한 대처 방안들에 대한 내용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반도체 세척과 식각 과정에서 에칭가스로 사용되는 고순도 불화수소의 경우 다양한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다.

 

반도체 식각과정이란 필요한 회로 패턴을 깎는 과정으로 반도체에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쓰이는 방식은 크게 습식과 건식으로 나뉜다.

 

습식 식각은 화학적 반응을 이용한 방식으로 저비용, 빠른속도, 원하는 부분만 식각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선택비가 좋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정확성이 떨어지고 웨이퍼에 오염 위험이 있다고 한다.

 

반면 건식 식각은 정확성이 좋아 미세한 패터닝을 할 수 있고 수율도 높다.

 

하지만 비용이 비싸고 생산속도가 빠르지 않으며 선택비가 나쁘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반도체 공정이 미세화되며 미세한 패터닝과 수율을 높이기 위해 건식 식각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건식 식각은 플라즈마 기체에 의한 반응을 통해 소재를 식각하는 방식을 말하는데 물리 식각, 화학 식각, 물리화학식각 등 세가지 방식이 있으며 드라이 에치라고 불린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물리 식각 방식은 아르곤을 플라즈마 상태로 만들어서 실리콘에 충돌시켜 식각하는 방식이고 화학 식각은 화학물질을 가스 형태로 만들어 식각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두 방법을 섞어 생산속도가 빠르면서도 선택비가 좋으며 수율이 좋은 물리화학 식각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화학 식각에 사용되는 화학물이 바로 불산이다. 반도체 생산 과정에 있어서 정말로 중요한 품목이 아닐 수 없다.

 

그런만큼 일본 정부도 한국 경제를 공격하기 좋은 품목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안정도가 확인된 일본제품

 

관련업계에서는 고순도 불화수소(불산)에 경우 일본이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기술력도 높기 때문에 타격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국산 제품에 대한 테스트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오히려 일본 측이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는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일본산 제품을 사용했던 것은 ‘계속 써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만큼 안정성을 확인했다 것이다..

 

일본산 불화수소에 대한 데이터가 충분했기 때문에 굳이 국산이나 다른 해외의 소재들을 사용해 위험부담을 감수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과 같이 일본이라는 국가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한 상황에서 결국 기업들은 국산화와 수입선 다변화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빠진 것이다.

 

◇탈일본화 움직임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국내 업체들의 불산도 반도체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고순도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잠시간의 수율 하락을 감수하는 등의 액션을 취하게 된다면 일본산 소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러시아는 자국의 불산이 일본의 것보다 더 품질이 뛰어나다며 공급할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고 중국과 대만 업체에서도 불산을 공급받을 것으로 보여 탈 일본화는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삼성전자 혹은 SK하이닉스가 중국 빈후아(Binhua)그룹과 공급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16일 빈후아 그룹은 한국 반도체 업체에 불화수소 주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회사명은 밝히지 않았으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포함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미 샘플 테스트를 거쳤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이런 기업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일본의 고순도 불화수소 기술을 따라잡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반박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훨씬 고순도로 정제할 수 있는 기술을 일본이 가지고 있어도 미세화 공정이 진행될수록 화학적 식각에 사용되는 불산의 사용량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며 더 고순도의 불화수소는 필요하지 않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정부도 2012년 구미에서 발생한 불산 누출 사고 대응 차원으로 강화된 화학물질관리법의 개정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이번 일본의 경제 보복이 제 살 깎아먹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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