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LG 배터리 전쟁 확전…최태원·구광모 '지천명 vs 불혹' 대결

-CEO 회동에도 결실 없어… 업계 "총수 회동해야"
-LG 대화 주체 CEO로 산정… 총수 회동 '글쎄'
-구광모·최태원 회장과 나이 18살, 회장 경력 20년차 무시 못해

[더구루=오소영 기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소송전이 점입가경으로 치닫으면서 그룹 경영의 전권을 쥔 총수끼리 담판을 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고경영자(CEO) 간 대화에서 아무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LG화학이 추가 소송을 검토하고 있어서다.

 

결국 총수 간 대화만이 '유일한 해법'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양사의 입장차는 극명하다. SK이노베이션은 대화에 적극적인 반면 LG화학은 대화 주체를 CEO로 고수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계열사 문제라는 이유에서지만 총수 데뷔 1년 차를 맞은 구광모 LG 회장이 재계 '형님' 격인 최태원 SK 회장을 '면대면'으로 상대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업계 소송 장기화 우려… "총수 결단 필요"

 

24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SK이노베이션 본사와 서산공장을 압수수색했다.

 

LG화학이 5월 산업기술 보호법 위반 혐의로 SK이노베이션을 고소한 데 따른 조치다. 경찰은 지난 17일에도 SK이노베이션 본사에서 압수수색을 실시한 바 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인력 빼 오기가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SK이노베이션은 "모두 자발적으로 지원한 사람들이라며 '빼 오기 채용'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양사 CEO 회동이 있은 지 하루 만에 압수수색이 시작되며 관계는 급격히 냉랭해지는 분위기다. LG화학은 지난 4월 배터리 핵심 인력을 빼갔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SK이노베이션을 제소했다. SK이노베이션은 8월 맞소송으로 반격했고, LG화학이 추가 특허 소송을 준비하며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양사는 대화의 창구를 열어두겠다는 입장이지만 향후 진전을 보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모든 사안에서 입장이 첨예하게 갈려서다.

 

LG화학은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합리적 수준의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으나 SK이노베이션은 구체적인 피해 내용을 밝히지 않고 배상을 요구하는 게 옳지 않다는 입장이다. 지난 16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의 만남에서도 이같은 입장차만 확인한 채 끝이 났다.

 

CEO 간 대화마저 진전을 보이지 못하며 업계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만나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배터리 시장 선점을 위해 중국, 일본 업체와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소송이 장기화되면 자칫 시장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다. 경쟁사로부터 유사 소송을 당할 가능성도 있다.

 

◇LG·SK 총수 대면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

 

SK이노베이션은 빠른 해결을 위해 오너 간 회동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반면 LG화학은 대화 주체를 양사 CEO로 정하고 있다.

 

LG화학이 총수가 전면에 나서는 것에 소극적인 배경을 두고 재계는 이제 취임 1년을 넘은 구 회장이 최 회장을 직접 대면해 상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해 상무를 단 지 5년 만에 회장으로 승진해 그룹을 1년 넘게 이끌어왔다. 최 회장은 올해 취임 21년 차에 접어들어 경험이 더 풍부하다. 두 사람의 나이 차도 무시할 수 없다. 구 회장은 1978년생, 최 회장은 1960년생으로 18살 차이가 난다.

 

최 회장의 관록은 이번 소송전을 보는 태도에서도 묻어난다. 최 회장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SK Night(SK의 밤)' 행사 직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LG화학과의 소송전에 대해 "잘될 것"이라고 답하며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다.

 

양사가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보여 총수 회동이 실제 이뤄질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LG화학 관계자는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합리적인 손해 배상에 대한 우리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고 향후 회동 일정은 확인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테크열전

더보기




더구루인사이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