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SEPTA, 中 CRRC 품질 이슈·납기 미이행에 '철퇴'...2600억원 열차 계약 취소

2017년 45량 공급 계약
2019년 첫 인도 약속 못 지켜…품질 논란까지

 

[더구루=오소영 기자] 미국 펜실베니아 철도국(SEPTA)이 중국중차(CRRC)로부터 철도를 받지 않기로 했다. 품질 검증을 통과하지 못해 당초 약속했던 시점보다 5년 가량 공급이 늦어져서다. 통상 분쟁 중인 중국을 배제하려는 미국 내부의 분위기도 계약에 영향을 미쳤다.

 

15일 SEPTA와 폭스29 등 외신에 따르면 이 기관은 최근 CRRC와의 1억8500만 달러(약 2600억원) 규모 철도 공급 계약을 취소했다.

 

SEPTA는 지난 2017년 매사추세츠주 스프링필드에 생산시설을 보유한 CRRC를 철도 공급사로 택했다. CRRC가 경쟁사 캐나다 봄바디어보다 약 3400만 달러(약 470억원) 낮은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SEPTA는 각 130명의 승객을 수용할 수 있는 2층 열차 45량을 받아 통근 수요를 충족할 계획이었다. 2019년 첫 열차를 공급받기로 했으나 지연됐다. 지난 2022년 브레이크 테스트에서 오작동이 발견됐다. 수밀성(물의 침투와 흡수를 막는 성질)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고, 비상 창문과 배선 등 여러 설비·부품에서 문제가 확인됐다. 코로나19까지 겹치며 2023년으로 기한을 연기했으나 이마저 지켜지지 못했다. 현재까지 SEPTA에 인도된 차량은 전무하다.

 

CRRC는 앞서 미국 매사추세츠주 항만교통공사(MBTA)와의 계약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었다. 2014년 수주한 400량 중 130량만 인도했다. 잦은 탈선과 느슨한 브레이크, 잘못된 배선 등 품질 이슈로 절반 이상을 공급하지 못했다.

 

CRRC의 공급 역량에 의구심이 커지는 가운데 미·중 분쟁으로 중국 기업을 바라보는 미국 내부의 시선도 우호적이지 않았다. 미국 정계와 산업계에서는 중국 정부가 지분을 보유한 CRRC가 인위적으로 가격을 낮춰 입찰에서 유리할 수 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철도 부품의 약 70%를 미국산으로 조달해야 한다는 '미국 구매법(Buy America Act)'을 준수하는지 여부는 논란이 됐다. 미국 교통부 감찰관실은 지난해 SEPTA와 CRRC의 계약에 위법 요소가 없는지 살피겠다고 밝혔었다.

 

SEPTA는 결국 계약을 종료하기로 했다. 현재까지 지출한 약 5000만 달러(약 690억원) 이상의 투자금 회수를 검토하고 있다. SEPTA는 공식 성명서에서 "자금 회수를 위해 여러 옵션을 평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CRRC의 미국 자회사 CRRC MA는 "SEPTA의 계약 종료 결정이 실망스럽다"며 "철도 설계부터 초기 생산까지 SEPTA 팀과 긴밀히 협력하고 프로젝트 완료에 전념해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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