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진重 수빅조선소 넘보는 속내는

- 수빅조선소 통해 '세계 최대 조선소'로 도약‥·지리적 요건도 탐나


[더구루=길소연 기자] 중국이 한진중공업 필리핀 현지법인 수빅조선소(HHIC-Phil)를 욕심내고 있다. 세계 최대 조선소로 거듭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지리적 요건을 이용해 필리핀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무기로 작용하겠다는 배경에 따른 것이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2개 업체에서 수빅조선소 인수에 관심을 표명,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구체적인 기업명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인수 여력으로 보아 중국 국영 조선사가 유력하다. 

앞서 수빅조선소는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현지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 새 주인을 찾고 있다. 이에 중국과 미국 등 해외 업체 등이 인수 관심을 보이며 실사를 진행했다. 

업계에서는 중국 기업 인수를 두고 필리핀 정부 등 반대 여론이 거세지만, 중국이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시각이 우세하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이 수빅조선소를 갖고 싶어 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의도가 숨어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중국은 조선사 통합과 합병을 통해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세계 최대 조선업 강국이 되기 위해 몸집 불리기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

특히 국내 조선사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중공업의 인수 합병으로 '메가 조선소' 탄생이 임박하자 이를 의식, 세계 최대 조선사 만들기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1월 총 57척, 360만 DWT를 수주해 척수로나 금액 기준으로는 세계 1위에 올랐다. 전년 대비 51% 감소했지만, 수주 물동량에선 여전히 압도적인 위치를 선점했다.

다만 지난 1월 글로벌 조선업계가 신조선 수주량이 감소하는 등 성장이 주춤하는 사이 한국 조선업계가 나홀로 선방하면서 중국에 좋은 자극제가 됐다는 분석이다. 

중국이 수빅조선소를 욕심내는 또 다른 이유에 지리적 위치도 한몫한다. 수빅조선소가 위치한 곳은 남중국해(서필리핀해)로 해상 교통의 중추이자 군사적 요충지로 지목된 곳이다.

위로는 중국과 대만이, 아래는 호주 등이 연결됐으며 왼쪽은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이 위치했다. 일본과 한국은 오른쪽에 자리해 있어 수빅조선소를 통해 아세안 및 동남아시아 진출이 가능하다.

또한, 남중국해는 필리핀과 중국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접점 지역으로 언제라도 전쟁이 발발할 수 있는 화약고 지대로도 통한다. 즉, 수빅조선소를 선점하는 국가가 전쟁 발발 시 유리하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중국이 수빅조선소를 인수할 경우 중국 해군 군함의 필리핀 전초기지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수빅조선소를 소유할 경우 군사적·지리적으로 가장 중요한 필리핀의 자산에 대한 무제한 접근을 허용한다는 경고의 메시지도 나온다.

현재 필리핀 내부적으로 중국기업 인수 반대 여론이 강하다. 

필리핀 정치권에서는 "필리핀이 수빅조선소를 인수할 경우 대형 선박을 건조할 능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면서 "수빅만 보안 및 통제는 남중국해 해상 안전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 필리핀 주권적 권리를 위해 필요하다"면서 자국 인수를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동남아 영향력 확장을 우려해 인수를 반대한 목소리도 존재한다. 

중국은 최근 몇 년 동안 동남아 국가를 중심으로 '일대일로(一帶一路·경제영토 확장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 과다한 부채 등으로 부작용이 나오면서 잡음이 일고 있다.

일례로 2005년부터 10년간 스리랑카 대통령을 지낸 라자팍사가 재임 기간 동안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하면서 중국으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유치했지만, 최근 빚을 갚지 못해 핵심 인프라인 함반토타항을 중국에 99년간 임대하게 됐다.

중국의 인수가 트로이목마로 작용해 미국 및 다른 라이벌 해협의 움직임 감시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기업 중 인수 의사를 보인 건 여유가 있는 국영 조선사가 유력하다"면서 "수빅조선소가 중국 기업에 매각되면 중국 해군 군함의 필리핀 주둔의 전초기지로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006년 설립한 수빅조선소는 한때 세계 10위 조선소라는 명성을 얻었지만 조선업 불황에 경영 부실 위기로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현재 필리핀 정부가 공식 인수의사를 밝힌 가운데 중국과 미국, 유럽 기업 등 4곳에서도 인사 의사를 보인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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