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33명…'위험의 외주화'가 하청 근로자의 죽음

- 현대제철 당진공장 안전사고 반복…법 개정에도 '글쎄'


지난해 공기업 하청회사 소속 비정규직 근로자의 죽음 이후 하청업체의 열악한 업무 환경 실태 조사와 산업계 전반에 퍼진 '원청-하청-재하청'으로 이뤄진 고용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로 숨진 노동자 가운데 하청 노동자가 40%를 기록했다. 산재로 숨진 노동자는 모두 796명으로 이중 하청 노동자는 38.8%인 309명으로 집계됐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 산업재해 발생률은 줄고 있지만,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률이 일본과 독일 등 선진국에 비해 3배 높은 수치를 기록하는 등 산업재해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조선, 건설업 등 특정 산업 분야의 외주화가 확산되면서 하청 노동자의 산업재해를 막기 위해 '위험의 외주화'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위험의 외주화'로 죽음에 몰리는 하청 노동자

 

위험의 외주화란 유해하고 위험한 업무가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하청노동자에게 집중되는 현상을 말한다. 원청인 기업이 필요하지만 유해하고 위험한 작업을 분리해 하도급 형태로 다수의 하청 기업에 떠넘기고 있는 셈이다.

 

기업이 하청을 두는 이유는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인력 운용의 유연성이 필요한 업무의 경우 정규직을 뽑아 일을 시키는 것보다는 하청업체와 계약을 맺고 일정 기간 맡기는 게 효율적이라고 판단해서다. 

 

문제는 기업이 이윤을 챙기는 동안 하청의 안전과 고용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시설점검을 하다 숨진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의 재해 사고가 알려지면서 안타까운 죽음을 막기 위해 위험의 외주화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숨진 노동자는 한국발전기술 소속 계약직 현장 운전원 김용균(24)씨로 9·10호기 석탄운송설비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죽은 채 발견됐다. 특히 김씨는 한국발전기술 1년 계약직으로 채용된 지 석 달 만에 변을 당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다행히 김 씨의 사망사고를 계기로 산업안전보건법이 30년 만에 전면 개정되는 등 조치는 취했지만, 위험의 외주화가 관행처럼 계속되는 이상 비정규직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 수밖에 없다. 

 

실제 5개 발전사에서 일하는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7800여 명에 달한다. 원청인 발전회사들이 '경상정비는 생명·안전업무가 아니라서 직접 고용할 의무가 없다'며 정규직 전환을 외면하고 하청 노동자 고용만 늘리고 있다. 하청 노동자 비중이 늘게 되면 당연히 위험 노출이 잦아지고, 사고 위험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또한 하청업체의 경우 설비 투자 능력이 부족한 데다 원청으로부터 업무 기간 단축 압력을 받아 기본적으로 안전한 작업 환경을 만들기 어려워 사고의 악순환이 이어지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관행의 외주화' 조선·건설업에서도 사고 '빈번'

 

하청 노동자의 억울한 죽음은 조선업과 철강, 건설업에서도 자주 발생한다.

 

조선업 대형 사고를 조사한 '조선업 중대 산업재해 국민 참여 조사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부터 지난 2017년 9월까지 약 10년간 조선업의 산재 사망자는 모두 324명이고 이 중 하청 노동자가 257명(79.3%)에 달했다.

 

실제 지난 2017년 5월 경남 거제 삼성중공업 조선소에서 크레인 충돌사고로 숨진 노동자 모두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800t급 골리앗 크레인과 32t급 지브형 크레인이 충돌해 붕괴하면서 지상 흡연실과 간이화장실을 덮쳐 6명의 노동자가 사망했고, 25명이 다치는 중대 재해가 발생한 가운데 사망자 모두 하청 노동자였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크레인 참사 후 2년 만에 거제조선소 내 해양조립공장에서 작업하던 협력업체 노동자 A씨가 전도된 H빔에 머리를 부딪히며 사망, 안전 불감증과 함께 외주화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은 잦은 산업재해 사망사고로 악명 높다. 지난 10년 새 33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죽음의 공장'으로 불리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2월 20일 당진공장에서 작업 중이던 50대 외주 노동자 B씨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두 달 뒤 공장은 중대 재해 발생에 따른 안전조치를 완료했다고 판단, 재가동에 나섰지만 이 과정에서 하청 노동자의 서명을 강요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뒷말이 무성하다.

 

삼성중공업과 현대제철 산업재해 모두 위험 업무를 하청업체에 맡기는 '위험의 외주화' 관행이 비정규직 노동자가 죽음으로 내몰렸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국회에서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일명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통과시키기도 했지만 하청 노동자 사고 재발 방지를 막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목숨과 맞바꿀 수 없지만 산업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상당하다. 산업재해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현재 산업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 규모는 22조2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위험 업무를 둘러싸고 하청을 통해 노동자 산재의 책임을 피하고, 정규직 노조와의 갈등을 피할 수는 있지만 하청 노동자의 안전은 책임질 수 없다"며 "위험의 외주화 고리를 끊어내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